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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잇따른 생명 경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재테크 수단으로 소개하더니, 사극 '태종 이방원' 낙마 촬영에 동원된 말이 몸이 90도로 들리며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져 촬영 일주일 만에 사망하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이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제작 관행과 동물권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생명 윤리를 짓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종 이방원' 촬영 후 죽은 말은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엔 자연 다큐멘터리 외 프로그램에서 동물 관련 윤리적 촬영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0일 KBS2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코너 '굿모닝 머니'에선 이색 동물을 잘 키워 돈을 버는 재테크를 주제로 한 방송이 전파를 탔다. 한 마리 분양가가 100만 원인 뱀(볼파이톤)이 15개의 알을 낳고, 그 알이 성체가 되면 1,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작진은 거북이보다 뱀이 재테크 수단으로 좋다고 권했다. 방송엔 "재테크용으로 성체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 뱀을 추천한다"는 내레이션이 깔렸다.
공영방송이 동물을 사고파는 대상으로 소개하고 생명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추천하자 온라인엔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KBS시청자권익센터엔 '지금 의식과 수준이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기에 살아 있는 뱀, 거북이, 가재등을 재테크 수단으로 소개를 합니까? 그것도 공영방송에서'(박아*)라며 제작진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은 "'굿모닝~'의 사례는 생명 경시로 비칠 수 있고, 최근 SBS의 '공생의 법칙'은 생태교란종을 혐오의 대상으로만 그려 우려스러웠다"며 "지상파의 동물 담론과 관련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 배우에 가해진 폭력적 촬영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고질적 문제였다. 카라의 '2020 동물 촬영 미디어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일부 제작진은 촬영 중 말을 멈추려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고,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의 부상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고, 토끼가 촬영 중 죽는 일도 벌어졌다. 동물은 여전히 소품 취급을 받는 것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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