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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지역을 배제하고 청년도 배제한다. 그러니 지역청년은 이중으로 배제된다."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역청년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만 31년을 제주에서 살아온 토박이 지역청년이다. 2022대선청년네트워크(이하 대선청년넷)에선 지역격차 분야의 정책질의를 맡았다. 지역청년의 눈으로 본 후보들의 지역대책은 기이했다. "지역을 살리겠다고 하고, 청년도 살리겠다고 하는데, 지역청년의 삶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지역대책을 위해 대선 후보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서울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프레시안 : 지역청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대선청년넷에 합류했다. 대선 후보들에겐 지역격차 분야에 대한 정책 질의서를 보냈다. 지역청년이 20대 대선 국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떤 마음으로 대선청년넷 활동을 시작한 건가.
강보배 : 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다. 31년 제주 토박이로, 이번 대선의 유권자이며 언론이 대선 승부처라 소개하는 청년세대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대선 국면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청년 이야기 중에서 제주 청년인 나의 삶을 찾아볼 수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지금 대선 국면에서 나오고 있는 청년 이야기는 정해져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과 공정 이야기, 혹은 이대남을 중심으로 한 젠더이슈 정도가 대부분이다. 후보들이 집중하는 공약도 주로 그에 맞춰져 있다. 특정 지역, 연령대, 성별 등에 따른 몇 개 집단만의 이야기가 '청년'을 과대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과소대표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지역청년의 삶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직접 겪어온 지역청년의 삶에는 대표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강보배 : 가장 대표적인 청년문제를 이야기 하면, 보통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 지역청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역의 일자리 문제는 삶의 양태와 관련이 있다. 내가 내 가치를 찾아 나갈 수 있게 하는 일자리의 다양성이 지역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소위 부모님이 원하는 일자리, 질 좋은 취급 받는 일자리는 전체의 10~20% 정도 되는 소수 영역에 몰려있는 게 한국의 상황이지 않나. 이마저 거의 서울에 몰려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지역엔,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결국 일자리를 찾는 지역 청년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만 남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가거나, 공무원 시험을 치거나'다. 다른 걸 시도해 보고 싶어도, 지역 내에선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 워낙 부족하다. 산업 인프라도, 교육도, 제도조차도 서울에 몰려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역엔 질 좋은 일자리가 별로 없다?
강보배 : 직업의 귀천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일자리의 양도, 그 다양성도 부족하다 보니 지역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인이 되고 싶은 지역청년을 예로 들어보자. 그 사람이 영화를 하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할까. 서울이다. 심지어 영화의 도시라는 부산 청년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부산이 아니라 서울로 간다.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가 '내가 내 지역에서 살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꼴이다.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을 위해선 인서울 주요대학에 가야하고, 다양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지려면 또 서울에 가야하니 당연하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지역청년들은 왜 서울에 가는 게 당연해야 하나, 왜 '서울에 가거나, 공무원 하거나'라는 선택지에 내몰려야 하나. 자기 동네에서 살고 싶은 청년까지도 말이다.
프레시안 : 부산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게 들린다. 지역특화산업과 그를 위한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도 들리는데.
강보배 : 사실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지역특화산업이 지역에 기여한 바도 물론 있지만, 핵심인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지역'특화'라는 단어를 넘어서야 한다. 특히 청년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가령 대구·경남에선 여전히 신발 제조업 이야기를 하고, 조선업 이야기를 한다. 신발 산업, 조선 산업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건 맞지만, 그 두 산업이 다양한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포괄할 수 있느냐 물으면, 그렇지 않다.
내가 사는 제주를 예로 설명해 보면, 제주의 특화 산업으로 여겨지는 영역 중 하나가 관광업이다. 제주에서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청년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문화관광해설사나 바리스타 같은 관광업 관련 일자리가 굉장히 많다. 애초에 관광 관련 영세 기업들이 굉장히 많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국 똑같은 문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이런 특정 일자리만 많은 지역이 과연 매력적일까? 제주에서 태어났다고 자연스럽게 관광 쪽 일을 하고 싶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지역특화의 전략이 오히려 기회의 다양화 측면에선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일자리 정책이 이렇게 특정 산업 쪽으로만 집중되면, 청년들이 원하는 결과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서울이 지역을 ‘착취’하는 구조,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바뀐다”
프레시안 : 기존의 지역정책이 지역 일자리 다양화, 그러니까 지역청년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담고 있진 못하다고 보는 건가.
강보배 :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이라든지, 이런 시도들이 굉장히 유의미한 시도였다고는 느낀다. 지역에 있는 수많은 영세 기업들에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건 지역사회 차원에서 분명 좋은 일이 맞다. 다만 이런 시도들은 과거의 산업 패러다임에 묶여 있고, 때문에 그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요구에 대해선 무력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공의 지원으로 이득을 보는 주체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아니라 기업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역을 살리겠다고 쏟아붓는 돈이 그 지역 일부 기업들의 생존 유지 비용,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는 거다.
지역민이, 지역에 남아 지역을 살려야 하는 지역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 생태계를 만들고 가꿔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의 지원 정책은 아직까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그 관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지역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프레시안 : '과거의 산업 패러다임'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
강보배 :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예로 말해보자. 보통 지역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나오는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이번에도 모든 후보가 비슷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공기관 이전, 기업 이전, 기업 이전을 위한 세수 감면, 그리고 지역별 산업 특화 전략 정도다.
보통 지역에 오는 기업, 뭐가 있나.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제조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산업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제조업은 점점 자동화되고, 관련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상태에서 이 '과거 패러다임'에 기반한 제조업들을 지역에 이전하면 어떤 장기적인 효과가 있겠나. 또 청년들에겐 어떤 매력적인, 미래지향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겠나. 따지고 보면 '세수 감면으로 혜택 보는 기업'만 남지 않겠나.
그런데 지역 입장에선 그것마저 급하다. 과장 섞어 말하면,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각 지역 자치단체가 다들 '미쳐있는' 수준이다.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인데, 당장 일자리 창출이 된다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다. 결국 지역 간의, 을들의 싸움만 벌어진다. 다들 자기 지역 인구가 유출되고, 소멸 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소멸 위기 지역 A에 기업을 이전하면, 옆의 도시 B는 어떻게 될까. ‘서울로 유출되는’ 절대적인 다수를 막지 못하면 어차피 소멸은 돌고 돈다. 어디에 무엇을 지원해도 결국은 서울이 지역을 착취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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